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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이재현, 임원 인사 장고하는 까닭은?

지주사 인력 재배치·구조조정설까지 계열사 분위기 뒤숭숭

[퍼스트경제=] 국내 최대 식품업체인 CJ그룹 임원 인사가 늦춰지고 있어 주목된다. 비상경영을 선언한 이재현 회장이 최근의 어수선한 분위기 쇄신과 신성장 동력 마련을 위한 인사 단행을 위해 장고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당초 이달 중순쯤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던 CJ그룹의 인사가 주요 계열사 휴가 기간을 앞두고 있는 이번 주말까지도 발표되지 않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CJ그룹의 인사가 사실상 내년으로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CJ가 매년 11월 인사를 단행해 온 것과 비교하면 이재현 회장의 고민이 상당히 깊은 것을 알 수 있다.

 

임원 인사를 들러싸고 이재현 회장의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보고 받은 인사안을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상반기 CJ헬로와 투썸플레이스 매각에 이어 조 단위의 부동산 매각과 조직 개편까지 이어지면서 사내에 한파가 몰아치는 분위기다. 여기에 계속 미뤄지고 있는 연말 정기 임원인사마저 연내 불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되는 형편이다.

 

새해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진 차기 인사에 대해서는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에 대한 쇄신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과 비상경영에 돌입한 만큼 지난해와 같이 소폭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같이 나오고 있다. 문책이 있을 경우,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 및 오디션 프로그램 조작 사건 관련 책임자 등이 거론된다. 또 이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의 대마 밀반입 사건으로 경영승계 작업에 차질이 빚어진 점도 그룹 인사에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CJ그룹은 최근 2년간 공격적 인수합병(M&A)으로 인해 채무가 급증했다. 앞서 CJ제일제당은 2017년 브라질 사료업체 셀렉타를 3600억원에, 지난해 미국 슈완스컴퍼니를 2조원에 잇따라 인수했다. 이 때문에 2015년 5조원 수준이던 CJ제일제당의 차입금이 지난해 7조원을 넘어섰고 올해 3분기에는 9조5000억원에 육박했다. 불과 4년 만에 차입금이 2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의 식품 부문 영업이익률은 2016년 7.6%에서 올해는 5%를 밑도는 수준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슈완스컴퍼니의 미국 내 생산·유통 거점을 활용해 CJ제일제당과 시너지를 꾀하는 청사진이 있지만, 실현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다. 여기에 CJ대한통운도 최근 2년간 베트남과 미국에서 3300억원대의 M&A를 단행하면서 그룹 전체의 채무가 13조원에 달하고 있다.

 

CJ그룹이 올해 CJ헬로와 투썸플레이스를 잇따라 매각해 1조18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했지만, 전체 재무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이달 들어서는 서울 가양동 부지와 구로공장 부지, CJ인재원까지 매각하며 추가로 1조1300억원을 마련했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CJ올리브영 등이 추가 매각 대상에 올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또 CJ그룹은 지주사와 계열사 간 조직정비를 통해 조직효율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CJ인재원을 포함한 지주사 인력의 절반가량인 200여명을 계열사로 보내기로 하고 재배치 작업을 대부분 마쳤다.

 

CJ인재원 인력 감축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룹 차원의 대규모 채용 대신 계열사별 채용으로 채용 방식을 전환하기로 했다. 계열사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는게 CJ그룹측 설명이다. 인력 재배치는 기존 업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이거나 지주사 파견 전 원소속으로 복직된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주사 뿐 아니라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 등 일부 계열사도 수익성이 나지 않거나 비효율적인 조직 및 인력에 대한 개편작업을 실시했다. CJ제일제당은 5000개에 달하는 전체 제품중 저수익형 제품 1000개를 단종시작했다. 실적이 부진한 외식사업도 축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