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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한진칼 사내이사 재신임 표대결

한진칼 지분 사들여…2주주 KCGI 유력

[퍼스트경제=김근식 기자] 내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선임을 위해 표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진다.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지주사로써 한진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이 표대결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할 경우 경영권을 상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게 된다.

 

한진그룹은 故조양호 전 회장의 경영권 상실을 경험한 전례가 있어 조원태 회장의 재신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조 전 회장은 올해 3월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장에 오른지 20년 만에 경영권을 잃었다.

 

내년 3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진칼 주식이 벌써부터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기타금융’으로 분류되는 주체가 연이어 수백억 원의 주식을 매집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한국거래소의 투자자별 매매동향에 따르면 한 주체가 한진칼 보통주 24만8159주(100억2100만원)를 사들였다. 또 사흘연속 순매수하며 이달들어서만 52만2444주(211억원)를 매집했다. 이는 한진칼 보통주 총 발행주식의 0.88%에 해당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기타금융에 주목하고 있다. 기타금융은 증권회사나 벤처캐피털회사로 나뉘는데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도 이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KCGI는 한진칼의 지분 15.98%를 보유 중인 2대 주주다. KCGI가 총수일가와 지속적인 마찰을 빚어왔고 이에 따른 영향력 확대를 위해 KCGI가 주식을 매집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주식매입 주체가 KCGI라면 24일 공개된다. 금융당국은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의 경우 보유주식이 단 1주라도 변경되면 주식결제일로부터 5결제일 이내에 공개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현재 조원태 회장을 필두로 특수 관계인의 한진칼 지분은 총 28.94%다. 여기에 총수일가와 우호적인 관계로 알려진 미국의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지분을 모두 합하면 38.94%로 당장 내일 주총이 열린다고 해도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故조양호 전 회장이 대한항공 경영권을 상실하게 된 국민연금의 ‘특별결의사항’ 통과도 어렵다. 특별결의사항이 통과하려면 주총에 참석하는 주주 가운데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내년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조원태 회장에 대한 지지가 낮을 경우 경영권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조원태 체재 1년도 안돼 주주들의 지지가 부족할 경우 그룹을 이끌어나가는 총수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최근 조원태 회장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를 전하며 주주들의 신뢰를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조 회장의 지배구조헌장 제정과 이사회내 보상위원회 설치 등을 두고 업계 관계자는 “우호적인 주주를 확보하기 위해 조 회장이 성의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