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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CEO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사죄"

전 대표 인도 현지조사 불발...진실규명·재발방지 의지 표명

[퍼스트경제=서연옥 기자] 옥시 본사 CEO가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옥시 본사인 레킷벤키저(RB)의 신임 최고경영자(CEO) 락스만 나라시만이 최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2일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에 따르면 나라시만은 최근 영국 RB 본사에서 특조위의 다국적기업 현지조사단과 만나 이같이 말하고 홈페이지에 사과 서한을 게시했다.

 

이 서한에서 나라시만 옥시 CEO는 "옥시레킷벤키저의 가습기 살균제 제품으로 인해 대한민국 소비자들이 건강상 고통과 사망에 이르는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는 또 "레킷벤키저는 옥시레킷벤키저와 함께 책임감을 가지고 피해자에 대한 배상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라시만 CEO는 이어 "이 같은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해 옥시레킷벤키저 전 제품에 대한 적절한 안전성 검사 및 조치를 지원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며 "진실 규명을 위한 대한민국 국회와 정부의 노력을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예용 특조위 부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조사단 5명은 지난달 24일부터 여드레간 인도와 영국 현지를 방문해 RB의 외국인 임직원들을 상대로 대면조사를 했다. 특조위 측은 "RB의 외국인 임직원 증인들이 지난 8월 '2019년도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 청문회'에 모두 불출석해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현지 조사는 청문회 후속조치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이들로부터 가습기살균제 사건 대응과정에 RB그룹 본사가 관여했는지 등에 대한 진술을 듣고, 피해자 지원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조위는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지명수배 상태인 거라브 제인 전 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 대표이사를 조사하고자 인도까지 찾아갔으나 면담조차 하지 못했다.

 

제인 전 대표는 옥시에서 2006∼2009년 마케팅본부장, 2010∼2011년 대표를 역임했다. 그는 마케팅 본부장 시절 가습기살균제 유해성을 알고도 '안전하다'는 허위 표시·광고를 주도한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제인 전 대표는 지난 2011년 서울대 조모 교수 연구팀에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흡입독성 실험을 의뢰하면서 금품을 주고 '가습기살균제와 폐 손상간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허위 보고서를 쓰도록 공모한 혐의도 받는다.

 

제인 전 대표는 가습기살균제가 문제가 되자 슬그머니 한국을 떠났고, 이후 해외 거주를 이유로 국회 국정조사와 검찰의 대면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검찰은 제인 전 대표를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지명수배했고, 인터폴은 2016년부터 최고 등급인 적색수배 대상에 올린 상태다. 이와 관련, 인도 정부는 제인 전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을 거절했다.

 

제인 전 대표는 현재 모국인 인도에 머물며 RB의 아프리카·중동·남아시아를 담당하는 선임 부사장을 맡고 있다. 최 부위원장은 "특조위는 수사기관이 아닌데도 만날 수 없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진상규명에 중요한 인물로 차후에라도 반드시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