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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보이콧 재팬‘發 수입차시장 지각변동

일본차 판매량 급감...벤츠 등 독일차 상승세

[퍼스트경제=김근식 기자]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으로 촉발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여파로 일본 수입차 판매가 거센 역풍을 맞았다. 

 

반면 디젤게이트 등으로 한동안 정체됐던 독일차 브랜드의 판매량은 약진하고 있다. 벤츠의 지난달 내수 점유율은 현대·기아자동차에 이어 3위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발표한 ‘9월 수입승용차 등록자료’에 따르면 일본산 승용차는 9월 1103대 판매되며 지난해 동기대비 무려 59.8% 줄었다. 일본 승용차 판매량은 9월 들어 유럽, 미국에 밀려 3위를 기록했다.

 

9월 유럽산 승용차 판매는 1만7649대(점유율 87.4%)로 압도적 1위를 나타냈다. 이어 미국산은 1452대(7.2%), 일본산은 1103대(5.5%) 판매됐다. 사실상 유럽산 차량이 수입 완성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차의 전년 동월대비 판매 감소 폭은 지난 6월 17.2%, 7월 32.2%, 8월 56.9%에 이어 지난달 59.8%까지 올라가며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실제로 한국닛산의 판매량은 불매운동 후 급감했다. 이 자동차 회사는 지난 9월 실적이 전년 동기대비 87.2% 감소한 46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앞서 8월에도 58대 판매고를 기록했다.

 

일본차 판매량은 지난 8월의 경우 혼다는 80.9%, 인피니티는 68.0%, 토요타는 59.1% 급감했다. 렉서스만 7.7% 늘어났을 뿐이다. 게다가 혼다와 토요타의 경우 최근 국토부의 리콜과 과징금 부과 조치까지 이뤄지며 상황이 더욱 어려워졌다.

 

판매 위기에 직면한 일본차의 이러한 빈자리를 독일 브랜드들이 빠르게 채우는 모양새다. 그 중에서도 벤츠의 상승세가 무섭다. 벤츠는 9월에만 7707대의 판매고를 기록해 수입차 브랜드 1위에 등극, 2위인 BMW(4249대)를 여유 있게 앞섰다. 9월 판매량은 2018년 3월 이후 최대치이며 판매 증가폭은 전년 동월대비 296.7%에 달한다.

 

공격적인 마케팅과 안정적인 공급망도 원인이지만 업계에선 벤츠 차량 판매 증가세의 가장 큰 원인을 ‘반사 이익’으로 꼽는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일본 브랜드 불매 운동과 국내 브랜드 고전의 덕을 봤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일본차 불매 운동의 여파도 독일 브랜드 쏠림 현상을 더욱 가중시켰다. 지난해 9월 수입차 시장에서 독일차 비중은 51%였는데 올해 9월엔 70.8%까지 늘어났다. 이에 반해 2018년 같은 기간 일본 브랜드 점유율은 15.9%에서 1년 만에 5.5%로 급감했다.

 

여기에 벤츠와 함께 독일차 판매 라이벌 구도를 이뤘던 BMW가 지난해 차량 화재 등으로 인한 대규모 리콜 사태 여파에서 갓 벗어난 단계라 소비자의 시선이 여러 면에서 벤츠로 쏠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국내 브랜드는 전반적인 소비심리 위축과 신차 부재 영향으로 고전중이고 일본 브랜드는 불매 운동 여파가 가시지 않았다”며 “당분간 벤츠 등 독일차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