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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열전]<9>LG화학 vs SK이노, 배터리전쟁 진검승부

LG, 법률대리인 변경...SK, 명예훼손에 이어 특허침해 소송 준비

[퍼스트경제=김근식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패권을 둘러싸고 샅바싸움을 벌인다. 양사는 최근 최근 신기술 개발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인력스카웃 신경전이 법정 공방으로 치닫는 등 갈등까지 빚고 있다.

 

양사간 갈등은 LG화학이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연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하면서 알려졌다. 문제의 핵심은 LG화학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핵심인력과 기술유출로 인한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다.

 

당시 LG화학은 지난 4월 30일 “SK이노베이션이 2017년부터 2년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연구개발·생산·품질관리 등 전 분야에서 76명의 핵심인력과 기술을 빼갔다”고 주장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측은 “해외 법원에서의 법정 공방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하는 등 다소 소극적 자세를 견지하다 최근엔 법적인 맞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결국 LG화학이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위해 대표 법률대리인을 변경하자 SK이노베이션측도 특허침해 소송으로 맞대응하고 나섰다. 전기차 배터리를 둘러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소송전은 2라운드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80% 급증…기술개발 경쟁 치열=전기차 배터리 소재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경쟁도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용 양극재 사용량은 11만2000t으로 전년 동기대비 80.9% 급증했다. 리튬산화물로 구성된 양극재는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등과 함께 4대 배터리 소재로 불리며 제조 단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요소다.

 

자동차 배터리 구성 소재중 니켈이 들어간 양극재는 최근 사용량이 100%이상 급증하고 있다. 반면 니켈 함량이 적은 양극재눈 감소폭이 34.8%에 달하는 등 인기가 극명하다. 이런 가운데 LG화학, SK이노베이션은 이미 각기 다른 방식으로 양극재 및 양극재 원재료 시장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6일 호주 광물채굴 업체인 오스트레일리안마인즈(AM)와 황산코발트 및 황산니켈 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나선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런던금속거래소(LME) 공시 가격을 기준으로 원재료를 구입하기 때문에 가격 변동 리스크를 최소화하느 효과를 거두게 됐다. 이달 현재 LME 기준 니켈 가격은 6월 대비 25.7% 오르며 변동성이 커졌다. SK이노베이션은 니켈 성분이 많이 포함된 양극재 NCM622를 2012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또 2016년에는 NCM811도 개발하고 상업화도 지난해 성동했다.

 

반면 LG화학의 경우 주로 양극재 내재화를 통해 공급 안정성을 확보해오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2분기 일본 수출규제에 대비에 양극재 내부조달 비중을 현재의 25%에서 35%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LG화학은 또 양극재 이전 단계인 전구체를 구매하거나 광산 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어 니켈 등 양극재 원재료 또한 최대한 확보하고 있다. 앞서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양사는 최근 차례로 호주 톈치리튬퀴나나(TLK)와 수산화리튬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법정소송 2라운드 예고...법무법인 교체 등 총력전=지난 8월 20일 LG화학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한 가운데 대표 법률대리인을 덴튼스US에서 레이섬앤왓킨스로 변경했다.

 

레이섬앤왓킨스는 지난해 글로벌 매출액 2위를 기록한 미국계 로펌이다. 레이섬앤왓킨스가 LG화학의 대표 법률대리인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덴튼스US가 법률대리인에서 배제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덴튼스US는 다국적 로펌 다청 덴튼스의 미국 법인이다. 이 로펌의 중국법인 다청이 현지 배터리 업체 비야디의 법률자문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기술유출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LG화학 측은 “로펌이 새롭게 들어온 건 아니다”며 “이번 대표 로펌 변경은 단순 전력 보강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은 법률대리인 전력을 보강해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이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서 LG화학은 지난 4월 경력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기술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ITC와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SK이노베이션은 6월 국내 법원에 명예훼손 관련 맞소송을 걸었다.

 

LG화학이 제기한 ITC 소송은 내년 6∼7월에 예비판결, 11∼12월쯤 최종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도 LG화학 소송에 맞서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지난 6월 LG화학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한데 이어 배터리 특허침해 소송도 준비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빠르면 이달중로 미국에서 LG화학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특허 침해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소송에 대해 "맞소송이 아닌 정당한 소송"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