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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그렇군요] “혼인신고 마쳤다면”...사망자 형제 유류분반환청구소송 못해

결혼 생활이 짧아도 혼인 신고 마쳤다면 상속권 발생
결혼전부터 아이 있다면 사망 배우자 부모도 상속권 상실
혼인 미신고 경우 사망 배우자 부모 형제 재산 상속돼

[퍼스트경제=김근식 기자]“얼마 전 결혼한 남동생이 사망했습니다. 사망한 동생은 결혼 전까지는 제가 유일한 가족이었습니다. 문제는 결혼 전부터 혼인 신고를 한 탓에 이제 막 결혼한 배우자에게 동생의 모든 재산이 넘어간다는 겁니다. 결혼 생활을 몇 년간 지속했다면 모를까 너무나 짧은 기간이라 억울한 생각마저 듭니다. 형제인 제가 유류분권이라도 주장할 수 있을까요?”

 

결혼 생활이 짧은 며느리의 상속지분을 두고 유족과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수십 년 동안 결혼 생활을 지속하던 중 사망 사고가 일어나면 사망한 배우자의 가족들도 며느리에게 상속권이 넘어가는 것에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 다만 결혼 후 1년도 채 안 된 상황에서 배우자가 사망한다면 상속권 문제는 간단치 않다.

 

14일 엄정숙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유튜브 채널 ‘법도TV’를 통해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짧은 결혼 생활 중 배우자 한 명이 사망하는 일이 생긴다면 상속권 분쟁이 심각하게 번질 수 있다”며 “며느리 혹은 사위는 본래 가족이 아닌 남이었다는 인식이 강하고 혼인 기간마저 짧다면 별다른 노력 없이 재산을 가져간다고 여기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이미 혼인 신고가 끝난 상황이라면 법률상 배우자의 상속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즉 짧은 결혼 생활이라도 혼인 신고를 마쳤다면 결혼 생활을 몇 년 했는지와 관계없이 법률상 배우자로 인정돼 1순위 상속순위와 상속지분을 갖는다.

 

만약 결혼 생활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망한 배우자의 형제가 상속권을 주장하는 경우는 어떨까. 엄 변호사는 “부모가 없는 경우에 한 형제가 사망하면 다른 형제에게 상속권이 생긴다”면서도 “다만 형제가 결혼했다면 그 순간부터 형제간 상속권이 사라져 결혼한 형제가 사망하더라도 그 배우자에게 모든 재산이 넘어가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상속권이 없는 형제는 사망한 형제의 배우자에게 유류분반환청구소송조차 제기할 수 없다.

 

‘유류분제도’란 법이 정한 최소 상속금액을 말한다. 형제가 두 명만 있는 경우 원래 받을 상속금액의 절반이 유류분이다. 아버지가 남긴 재산이 총 2억일 때 상속금액은 각각 1억 원씩이고 유류분 계산으로는 그 절반인 5,000만 원씩이다.

 

‘유류분청구소송’은 돌아가신 분 유언에 따라 모든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자를 상대로 나머지 상속자들이 유류분권리를 주장하는 소송이다. 유류분소송 전문 법률상담을 제공하는 법도 유류분소송센터의 ‘2022 유류분소송통계’에 따르면 유류분반환청구소송 기간은 짧으면 2개월 길게는 2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사망한 배우자에게 부모가 있다면 어떨까. 부모는 자녀가 결혼했어도 손자가 없다면 상속권이 상실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형제간 상속권과 달리 부모는 아직 자녀에게 자녀(손자 혹은 손녀)가 생기기 전까지는 상속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말.

 

엄 변호사는 “이 경우 부모는 사망한 자녀의 배우자와 공동상속인이 된다”면서도 “다만 상속지분은 며느리(혹은 사위)가 1.5배 더 많이 가져간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혼인 전부터 자녀에게 아이가 있는 경우라면 결혼 생활이 짧더라도 부모마저 상속권이 상실된다”고 전했다.

 

즉 내 아들이지만 아들에게 혼인 신고를 마친 배우자가 있고 자녀까지 있다면 아들이 사망하더라도 부모가 아닌 아들의 배우자와 손자, 손녀에게만 재산이 상속된다는 의미다. 한편 혼인 기간이 짧아 혼인 신고를 아직 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어떨까. 이 경우 혼인 신고를 한 경우와 전 반대의 결과를 보인다.

 

엄 변호사는 “상속권은 법률상 혼인 신고를 한 법률혼 부부에게만 발생한다”며 “혼인 신고를 아직 하지 않은 상황에서 배우자 중 한 명이 사망했다면 사망한 배우자의 부모나 형제에게 상속권이 생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