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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주 이유로 건물주 갱신요구권 거부 불가능

엄정숙 변호사 “상가 명도소송은 임대차3법 ‘실거주’ 적용 안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상 실거주 이유로 갱신요구권 거부 불가능
세입자에게 중대한 사유 발생 시에는 갱신요구권 거부 가능
세입자와 충분한 보상 합의를 했다면 갱신요구권 거부할 수 있어

[퍼스트경제=김근식 기자] “상가 임대차 계약이 끝나가는 시점에 세입자가 갱신요구권을 행사했습니다. 문제는 제가 해당 점포를 운영하고 싶어 갱신요구권을 거절하고 싶다는 겁니다. 주택의 경우 실거주 목적이면 집주인이 갱신요구권을 거부할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상가도 건물주가 실사용 목적이라면 갱신요구권을 거부하거나 명도소송을 제기할 수 있나요?”

 

계약 갱신요구권을 두고 건물주와 세입자 간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주택 임대차에서 실거주를 목적으로 한 갱신요구권 거부와 달리 상가 임대차 관계에서 건물주가 실사용 목적으로 세입자의 갱신요구권을 거절한다면 상황은 간단치 않다.

 

25일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주택의 경우 ‘임대차3법’에 따라 실거주 목적에 한해 세입자의 갱신요구권을 거부할 수 있다”며 “하지만 상가 임대차보호법(이하 상임법)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상가 임대차 관계에서는 건물주가 실사용을 이유로 세입자에게 갱신요구권을 거부하거나 명도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계약갱신요구권이란 계약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건물주에게 계약 연장을 요구하는 세입자의 권리를 말한다. 건물주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 상가의 경우 10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행사할 수 있다.

 

엄 변호사는 “주택 임대차에서는 실거주 목적으로 집주인이 갱신요구권을 거부했는데도 세입자가 버틴다면 명도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상가 임대차에서는 불가능하다”며 “만약 상가 임대차에서 실사용 목적의 갱신요구권 거부가 받아들여진다면 노력으로 일궈낸 세입자의 상권을 훼손하는 일이기에 주택 임대차보호법과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도 건물주가 점포 운영을 목적으로 세입자의 갱신요구권을 거절한다면 세입자의 권리금 회수 기회 방해로 간주 돼 오히려 손해배상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명도소송이란 건물을 비워달라는 취지로 건물주가 세입자를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을 말한다. 명도소송 전문 법률상담을 제공하는 법도 명도소송센터의 ‘2022 명도소송 통계’에 따르면 가장 오래 걸린 소송은 21개월, 가장 짧은 기간은 2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명도소송 기간은 4개월인 것으로 조사됐다.

 

만약 건물주가 실사용 목적으로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싶을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엄 변호사는 “건물주가 순수하게 실사용을 목적으로 세입자를 내보내고 싶다면 세입자와 충분한 보상 합의를 통해 내보내는 것이 안전하다”고 귀띔했다.

 

상가 임대차에서 건물주가 세입자의 갱신요구권을 거부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엄 변호사는 “상임법 제10조 제1항 각호에는 건물주가 세입자의 갱신요구권을 거부할 수 있는 규정이 명시되어 있다”며 “대표적으로 ▲세입자가 3기분 이상 임대료를 연체했을 경우 ▲건물주와 상의 없이 무단전대를 한 경우 ▲임대차 체결 당시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을 세입자에게 고지하고 계획에 따른 경우 계약갱신요구권을 거절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건물주가 상임법 제10조 제1항 각호에 규정된 사유로 갱신요구권을 거절하고 계약해지통보를 했음에도 세입자가 버틴다면 세입자를 상대로 상가 명도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