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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10곳중 4~5곳 여성이사 없어…3월 주총 구인난 예고

개정 자본시장법 8월 시행…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 대상
등기임원 중 여성 사내이사는 1.8% 불과 대부분 사외이사 자리

[퍼스트경제=서연옥 기자]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법인 이사회를 특정 성(性)이 독식하지 않도록 한 개정 자본시장법의 올 8월 적용을 앞두고 대상 기업들 중 이사회에 여성이 1명도 없는 기업이 절반에 가까운 나타났다. 또한 대부분의 기업이 사내이사가 아닌 사외이사에 자리 수 채우기에만 급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분석 연구소 리더스인덱스(대표 박주근)가 자산규모 2조원 이상 상장사 167개 기업들의 등기임원 현황을 2020년 3분기와 2021년 3분기 기준으로 입법 이후 변화를 조사한 결과 등기임원 중 여성이 1명도 없는 기업은 116개에서 78개 기업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여전히 법적용 대상기업의 절반 가까운 기업이 여성 등기임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등기임원이 한 명 이상 있는 기업은 90개이고 여성 등기임원은 전체 등기임원의 8.2%인 102명(사내이사 9명, 사외이사 9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 기업들은 올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여성 이사들을 모시기 위한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2월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상장회사(자산총액 2조원 이상)는 이사회를 특정성별로만 채울 수 없다. 즉, 여성을 한 명이라도 회사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포함해야 한다. 개정된 자본시장법의 적용은 2022년 8월부터이다. 특정 성이라고 규정은 했지만 이사회 구성이 남성에 치우친 국내 상황을 고려하면 개정법에는 여성 등기임원 고용으로 기업들의 지배 구조에 투명화를 요구하는 취지가 담겨 있었다.

 

자본시장법 개정 영향으로 여성 등기임원이 1명 이상인 기업 수는 51개에서 90개로 늘어나고 여성 등기임원은 59명에서 72.9% 늘어난 102명으로 증가했지만, 기업 내 영향력이 높은 사내이사는 4명 증가에 거친 전체의 1.8%인 9명에 불과했고 대부분은 사외이사로 채워 전체 여성 등기임원의 91.2%인 93명은 사외이사 자리였다.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기업 중 여성 사내이사가 있는 기업은 네이버, CJ제일제당, 호텔신라, 삼성SDI, 대상, 넷마블, 롯데칠성음료, 금호타이어, 대신증권 등 9개 였다. 이 중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과 임상민 대상 전무와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은 오너일가다.

 

넷마블에 피아오얀리 텐센트 부사장과 금호타이어에 장쥔화 더블스타그룹 대표이사는 외국인이며 나머지 4개 기업만이 여성 전문 경영인이 사내이사인 기업이었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에 1명 이상의 여성이 있는 기업은 송효진 상무보가 사내이사로 조현옥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있는 롯데칠성음료가 유일했다.

 

여성 등기임원이 없는 77개 상장기업들 중 올 3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는 54개 기업의 138명이다. 23개 기업은 임기 만료 예정자가 없는 기업으로 개정 자본시장법이 적용되는 8월 이전에 교체를 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 사외이사들의 출신으로는 학계 출신이 42명(45.7%)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관료 출신이 17명(18.5%), 재계 출신이 16명(17.4%) 순이었다. 남성 사외이사들이 관료 36.9%, 학계 35.7%, 재계 25%에 비해 여성 사외이사들은 관료 출신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는 고위직 관료 출신 중 여성의 비중이 낮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카카오,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KB금융, S-Oil, 제주은행, OCI 등 10개 기업은 2명 이상 여성 사외이사가 있는 기업이었다. 여성 사외이사 중 80년대 이후 출생한 MZ세대는 8명으로 카카오의 사외이사인 박새롬 성신여대 융합보안공학과 조교수가 1990년생으로 가장 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