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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 경영활동 손뗀다...붕괴아파트 재시공

정몽규 회장 "피해자와 가족께 사죄…사고 책임 회피하지 않겠다“ 강조
”대주주로서 책무 다하겠다“...경영일선 물러나지만 회장 직함 유지할듯

[퍼스트경제=김근식 기자]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광주 서구서 일어난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내려온다. 정 회장은 지난 1999년 현대그룹의 경영권 정리 작업에서 HDC현산 사령탑에 오른 뒤 23년 만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현대산업개발은 공사중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를 허물고 신규 아파트를 다시 건설하기로 했다.

 

이로써 HDC현산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 회장은 여전히 그룹의 대주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며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경영일선 복귀와 함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정 회장은 17일 용산 아이파크몰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에 대해 "피해자와 가족, 국민께 사죄한다"고 고개를 숙이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대주주로서의 책무는 다하겠다"고 말해 지주사인 HDC그룹 회장직은 유지할 뜻을 내비쳤다.

 

정 회장은 "현대산업개발은 1976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건설로 시작해 아이파크 브랜드를 통해 국민 신뢰로 성장했으나 최근 광주에서 2건의 사고로 너무나 큰 실망을 드렸다"며 "회사의 신뢰가 땅에 떨어져 참담한 말을 금할 길 없다"고 사과했다.

 

책임 회피를 위해 HDC현산의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책임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대리인으로서 할 수 있는 부분은 다하고 국민의 신뢰를 찾는 게 이 문제의 해결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이번 사고로 인한 피해자 가족분들께 피해를 보상함은 물론, 입주 예정자들과 이해관계자께도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다시금 고객과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수립해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사고에 대한 수습책도 내놨다. 정 회장은 "수분양자 계약 해지와 완전 철거나 재시공까지 고려하고 있다"며 "원인을 정확히 알아야 대책이 나올 거라고 생각돼 원인을 찾는 데 있어서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다 밝힐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전국 건설 현장에 대한 외부 기관의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안전과 품질 상태를 충분히 확인하고 안전 품질 보증을 대폭 강화하겠다"며 "현재 골조 등 구조적 안전 결함에 대한 법적 보증기간은 10년이지만 새로 입주하는 주택은 물론, 현대산업개발이 지은 모든 건축물의 골조 등 구조적 안전 결함에 대한 보증기간을 30년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재개발 구역 철거 과정에서 대규모 인명사고를 낸 데 이어 7개월 만인 지난 11일 신축 중이던 화정아이파크 아파트의 외벽이 붕괴하는 사고를 일으켰다. 사고 이후 수주 사업 현장에서 계약 해지 통보가 이어지고 아이파크 브랜드 퇴출 움직임까지 나타나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